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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다시 보는 러브크래프트 신화


 



러브크래프트 신화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들에 대한 공포를 묘사하며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시작하고 러브크래프트 사후 어거스트 덜레스가 정리한 가공의 코스믹 호러 신화다. 우주적 공포와 경외감에 대해 다루는 러브크래프트 신화는 SF의 경계를 넘어선 하나의 장르이기도 하다. 러브크래프트 신화는 그에 기반한 테이블 게임으로도 유명하며, 문학적 측면을 살린 동시에 오락적인 지점을 놓치 않은 창작물이기도 하다.

지금도 러브크래프트 신화에 기반한 다양한 창작물이 제작되고 있으며, 개중에는 개별적인 설정을 덧붙이거나 러브크래프트 신화 속에서 반복되어온 스토리의 변주를 통해 기존의 창작물들과는 달리 신선함을 선사하는 창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들도 있다. 지금 소개하려는 작가들도 이러한 신선한 변주와 도식의 변화를 통해 보다 2020년에 걸맞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이다.

여덟 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러브크래프트 재창조’ 시리즈에는 이수현 작가와 김보영, 김성일 등 SF 작가 8명, 일러스트레이터 최재훈 작가가 참여했다. 시리즈는 4월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펀딩을 진행해 초기 모금액의 9배를 넘을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러브크래프트는 후세에 남을 훌륭한 작품을 남겼지만 상당히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남성중심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사상이 작품에도 드러나 지금까지 끊임없이 러브크래프트 신화의 인종차별적인 지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작가들이 러브크래프트 신화를 다시 쓰기로 결심한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고 한다.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몇 년 일찍 이루어지고 있으며, 백인 남성만 등장하는 러브크래프트 신화의 주인공을 흑인이나 여성으로 내세워 낡은 관념을 타파하는 방식이다.

또한 이 작품의 다른 특징은 러브크래프트 신화 특유의 장르적이고 오락적인 특성을 포기하지 않은 동시에 전염병에 대해 다루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이후로 사람들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들은 전염병의 시대에는 혐오와 차별, 폭력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 병 자체보다는 병에 대한 공포가 그런 문제를 일으켰어요. 그래서 저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요.” 작가들은 이러한 공포의 본질을 단순히 다뤄내지 않고 러브크래프트 신화에 접목하여 러브크래프트 신화의 오락적인 측면 속에서도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이렇게 기존의 작품을 현대적인 시각과, 현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련해 리뉴얼하는 작업은 당대와 현대를 가장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는 문학의 사회적 기능이기도 하다. 2020년, 코로나19과 그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동시에 발병하는 시기에도 문학은 여전히 사회적 기능을 해내고 있다. 장르소설의 오락성을 놓치지 않은 동시에 가볍지만은 않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러브크래프트 재창조’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2832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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