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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세계 같은 『보건교사 안은영』


 



올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끈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독특한 설정이 특징이다. 학교라는 흔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전혀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아보려 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소설의 주인공 ‘안은영’은 일종의 엑토플라즘, 즉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한 입자들의 응집체를 보는 능력이 있다. 흔히 이런 죽음과 관련된 것은 귀신 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을 생각하지 마련인데, 소설에서는 죽은 것들을 젤리로 묘사해 귀엽고 톡톡 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한문 교사 홍인표는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은영에게는 보이는 보호막을 지니고 있다. 그는 젤리를 잡느라 지친 은영의 충전기 역할을 한다.

영어 교사 메켄지는 은영과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정반대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은영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젤리를 잡으러 다니지만, 메켄지는 오로지 돈이 될 때만 일을 한다. 주인공과 대립하며 얄미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왠지 미운 정이 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기발한 소재


보건교사 안은영은 젤리를 잡기 위해 만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깔때기 칼과 비비탄 총 등을 사용한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잡기 위해 깔때기 칼을 휘두르는 은영이 묘사되는 장면은 은영이 게임 속 캐릭터 같다고 생각하게 한다.


소설에서 ‘옴잡이’ 학생 혜민이 등장한다. 흔히 ‘재수 옴 붙었다.’ 할 때의 그 옴을 잡아먹는 옴잡이의 수명은 대체로 20년 안팎이다. 옴을 먹는 혜민의 모습이 재미있다가도 자신의 죽음이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는 태도를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결국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함으로써 혜민은 옴잡이 인생을 청산하고,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외에도 럭키와 혼란이 사고를 치고 다니지 않게 하려고 겨드랑이털을 묶는 장면이나 아우슈비츠 골드로 만든 금반지와 진주 귀걸이가 박힌 용과 싸우는 장면 등 신선한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게임처럼 계속해서 몰입하게 되는 소설이다. 그러나 게임처럼 재미를 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언급하며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모두가 지쳐있는 이 시기에, 『보건교사 안은영』은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안은영의 따뜻한 마음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예스24




 

W. 2816 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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