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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게임을 잘 안다거나 아주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게임 얘기를 꺼내면 즐거워하죠. 게임에 대한 인식은 매일같이 변해가는 추세인데 여러분은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들어 게임도 예술로 봐야한다는 논쟁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게임은 미디어, 음악, 아트, 문학성까지 갖춘 새로운 예술 장르라는 의견이죠. 저는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무엇보다 게임은 ‘이입’을 넘어서 ‘체험’을 경험하게 해주는 하나의 기회가 됨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빠르게 넓혀줄 것입니다.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게임으로 무엇을 체험할 수 있는가’입니다. 게임을 그저 오락으로만 여겼거나,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감동과 같은 울림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아래 후술되는 작품들을 한 번 쯤은 플레이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게임 <The Longing>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어느 시대인지 알 수 없는 땅 속, 지하엔 오랜 왕의 왕국이 있습니다.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인 캐릭터는 검고 자그마한 난쟁이로 ‘왕의 그림자’입니다. 왕은 권능이 사라졌으나 그대(플레이어)만은 가졌으니, 400일간 잠에 들어 힘을 보충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수면 후 ‘이 세상의 모든 공포와 열망을 끝내줄 것’을 약속하고 잠에 듭니다.

인트로가 끝나면 플레이어 캐릭터는 지하 속 조그만 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게임 속 시간은 현재와 같이 흘러갑니다. 현실의 1초가 게임 속 1초이고, 게임을 켜두는 동안만 시간이 흘러갑니다. 플레이어 당신의 임무는 400일 후 왕이 깨어날 때까지 지하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지하 속을 탐험하며 왕의 왕국을 살피거나, 작품을 만들어 방에 전시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책은 정말 플레이어도 볼 수 있도록 텍스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방치형으로 자동 읽기 기능도 있습니다. )

게임 제작자는 본 게임을 ‘방치형 어드벤처’라고 소개합니다. 400일이 지나기까지 당신은 왕의 그림자가 되어 여유롭게, 또는 고독하게, 어쩌면 충성스럽게 매일을 보낼 것입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엔딩이 바뀌며 400일의 시간 동안 둘러볼 이벤트와 궁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게임보단 온라인 게임이 취향이라면 <Journey>는 어떨까요? Journey는 제목 그대로 폐허가 된 세계를 헤쳐 나가는 게임입니다. 게임 중 대사나 지문으로 주어지는 정보가 없어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그 세계관과 여정의 목표를 가늠하게끔 합니다. 블록 문양의 문자와 벽화, 미지의 풍경과 가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캐릭터의 표정까지 모든 것이 게임의 분위기를 신비스럽게 만들어주며 챕터별로 보여주는 엔딩 영상은 이 세계의 존재 방식을 상상해 보게 합니다.

온라인 플레이를 즐기면 ‘동행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동행자’는 동 시간 대 플레이 중인 온라인 유저로, 함께 게임의 트릭과 퍼즐을 풀어나가며 서로의 여정을 돕습니다. 이 과정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채팅이나 보이스 연결 등의 모든 소통이 불가하단 것입니다. 심지어는 함께 엔딩을 본 유저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확인하지 못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자와 함께 엔딩을 본 수많은 유저들은 ‘깊은 유대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게임의 제작자는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캐릭터들의 팔을 온전히 가려버렸죠. 자신을 향해 ‘순수한 호의’로 다가오는 동행자를 곁에 둘 때, 드넓은 폐허는 어떤 희망의 지평선으로 느껴집니다.




게임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같은 제작사에서 나온 무료 모바일 게임 <SKY-빛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기선 채팅 기능이 있지만, 여정 중엔 몸짓으로만 소통이 가능하고 전 세계 서버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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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위의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새로운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가끔은 호구짓 하며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플레이 후 자주 가졌습니다.

게임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줍니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게임을 해서 위험할 사람은 하지 않아도 위험하겠죠.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길 꺼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압니다. 하지만 그 영역이 당신에게 호의적이라면 어떨까요? 게임의 세계는 언제나 모두를 위해 열려있습니다. 게임은 우리에게 여유와 유대, 호기심과 용기, 인류애와 경외감을 체험시켜줄 것입니다.





 

2828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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