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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문학을 읽으세요.


 



무서운 거 좋아하시나요?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이나, 공포영화, 공포게임 등 우리의 문화와 즐길 거리 곳곳에는 ‘공포’, ‘호러’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중엔 읽는 사람은 적지만 꾸준한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공포 문학도 있죠.

사람들은 어째서 공포 문학을 찾을까요? 그 전에 먼저 사람들이 ‘공포’라는 것에 왜 연연하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마기 커라는 연구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공포 체험 전에 비해 이후에 대체로 더 행복해지고 덜 슬퍼지고 좌절감도 덜하며 덜 지루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등 대체로 긍정적 정서는 증가하고 부정적 정서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요. 특히 불안하고(75.7% ->22%) 피로하다고(24.7% ->16.8%) 응답한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어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스릴 넘쳤고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고 해요. 연구자들은 공포를 찾는 이유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태가 공포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이죠. ‘통제 가능한 괴로움’은 더 큰 즐거움을 불러온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공포 체험은 단순한 소극적인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생산적인 행위일 수 있어요.

우리는 시각적, 촉각적인 공포요소를 충분히 즐기고 있음에도 공포문학을 찾습니다. 사람들이 공포 문학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담담한 필체 속에서 이어지는 공포적인 상황과 심리, 행동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거예요. 상상이라는 건 때로 완전히 보여주는 것보다 무서울 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저 공포라는 단일적인 것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을 넘어서, 공포문학에서는 깊이 생각하고 사고할 수도 있습니다. “아, 무서웠다.” 라며 한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이에요.

더해서 작가들은 ‘통제 가능한 괴로움’을 직접 창조해내면서 스스로에 대해 탐구하고 파악하기 위해 공포문학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공포 문학이 항상 사랑받은 건 아니에요. 2007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이라는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19세 미만 구독불가 도서’로 판정받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소설류에 있어 폭력성을 근거로 제재가 가해진 사례는 전무후무했어요. 아예 물리적 소환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의 민간 심의기구에서부터 비교적 폭력에 엄격한 독일에 이르기까지 ‘폭력성을 이유로 도서의 판매에 물리적 제약을 강제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공포문학단편선>에 무슨 문제가 있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반대로 그 책은 공포문학의 전통이 전무하다시피 한 토대 위에 단순한 괴담이 아닌 문학적 서사의 가능성을 확인시켰을 뿐 아니라, 수록된 각 소설의 세부 장르와 내용이 상호유기적인 호응과 대구를 통해 단편모음집으론 보기 드문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우리는 폭력성에 지나치리만치 민감하면서 선정성에 대해선 얼마간의 융통성을 발휘했던 검열체제를 몸소 체험해왔어요. 잔혹성과 관련한 화제만을 낳은 채 문학적 가치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한국의 공포문학은 불운의 사생아라고 불렸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의 출현은 단연 파격적이었어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심의결정 통보 공문을 통해 “이 간행물은 국내 작가들의 단편 공포소설 모음집으로, 시체를 토막 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며 문제가 된 소설의 페이지를 여섯 부분에 걸쳐 언급했어요.

인터뷰에서 이종호 작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대해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그 장면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토막살인 장면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이 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의 검열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의 폭력이다.”

결국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은 전량 수거되어 ‘19세 미만 구독불가’라고 새겨진 빨간색 딱지를 붙여 재판매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전 연령층에 대한 접근성이 거의 사라져버렸으므로 사실상 판매금지 조치와 같았어요. 공포 문학은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상상력을 토대로 써내려간 소설일 뿐이에요. 다른 소설들과 달리 공포문학이 차별 받는 이유는 없습니다. 공포문학을 읽으세요. 그건 아주 생산적인 행위일 거예요.


※참고 및 출처: 심의인가 장르 검열인가: 한국 공포문학, 이대로 주저앉나?(FILM2.0)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이종호 작가 인터뷰(FILM2.0)




 


w. 2819 애송



1 Comment


🍦 🍨
🍦 🍨
Oct 30, 2020

통제 가능한 공포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실험 결과도 아주 흥미롭네요. 한국의 공포문학이 좀 더 입지가 넓어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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