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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인간의 어두운 심리에 대한 집요한 탐구

 

‘공포 문학’하면 어떤 작품들이 떠오르세요? 아마 각자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공포 문학’을 왜 읽으시나요? 또 작가들은 왜 ‘공포 문학’을 집필할까요?

단순히 섬찟한 공포를 느끼기 위해서인가요? 괴기스럽고 끔찍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공포 소설은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과정이자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인간이 어떤 부분에서 공포심을 느끼는지, 우울함에 빠져드는지와 같은 지점들은 탐구가 있어야지만 알고 집필할 수 있으니까요.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를 아시나요? 이건 누구나 아실 법한 작품 같아요. 공포 소설이라고 잘 알려지기도 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읽다보면 이 소설을 한 번쯤은 읽어보셨을테니까요. 그리고 물론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의 이름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겠죠.

‘검은 고양이’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 그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에요.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어셔 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등을 집필했죠. 추리소설의 시초를 쓴 작가이자, 공포 소설의 대가라고도 불려요. 저는 오늘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졌을 법한 ‘검은 고양이’를 예시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해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이야기는 내일 죽을 사형수인 ‘나’의 입장에서 진행됩니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인 ‘나’는 어렸을 적엔 동물들을 아주 좋아했고, 커서도 결혼 후에 아내와 동물들을 키우며 살만큼 동물을 사랑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술에 중독된 후에는 동물들을 학대하고, 아끼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눈을 도려내기도 하고, 결국엔 죽이기까지 하는 등 잔인한 행동을 하게 돼요. 후에는 후회하는 듯 또 검은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결국 또 고양이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죽이려다 실수로 아내까지 죽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 후엔 용의주도하게 아내를 지하실 벽에 묻어버립니다. 경찰이 왔을 땐 자신의 범죄 은닉은 빈틈없다는 생각으로 자신만만하게 행동합니다. 그렇게 경찰들도 해결하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는 듯 싶었으나, 이미 미쳐가고 있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결국 자신이 완전 범죄를 했다는 생각에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보입니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꼴이 되고 말죠.

물어볼게요. 화자 ‘나’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시나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어쩌면 이 이야기는 단순히 알코올 중독자가 벌인 잔인하고, 끔찍한 범행 이야기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읽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우리는 작가가 표현한 인간 심리를 차례차례 볼 수 있어요.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자신을 피한다는 ‘배신감’이 ‘증오감’으로 변해 고양이를 죽이고, 잔인한 행동을 일삼던 나가 아내를 죽이고도 동요하지 않고, 경찰들이 지하실 벽을 의심하지 못하고 돌아가려 할 때 비밀을 발설하고 싶어하는 ‘나’의 심정과 비밀을 감추려는 심정의 교차 지점 같은 것들을요. 그러다보면 ‘나’의 행동들도 이해가 가게 되지요. ‘나’라는 인물이 그냥 미친 사람, 우리와는 동떨어져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든 저렇게 변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거에요.

다른 공포 문학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다음에 공포 문학을 읽을 땐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다른 것들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w. 2809 소히

2 Comments


Mango🥭
Mango🥭
Oct 30, 2020

공포 소설의 대가라고 한다면 역시 에드거 앨런 포밖에 없겠죠. 검은 고양이의 그 음산하면서도 스산한,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잘 설명해준 글은 처음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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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Oct 30, 2020

검은 고양이를 처음 읽고 났을 때의 충격이 다시 떠오르네요. 저는 주인공의 감정이 이전 고양이를 보낸 방식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히님의 해석도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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