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제목은 카라 니콜레티 『문학을 홀린 음식들』의 부제입니다. 사이트의 책소개를 빌려서 책을 소개하자면, 문학을 사랑하는 푸주한의 매력적이고 짜릿하며 군침이 도는 책과 음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푸줏간에서 책을 읽던 책벌레 카라 니콜레티는 책과 음식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지를 일찍이 깨달았다. 뉴욕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푸주한이자 요리사이며 작가가 된 그녀는 문학 속의 음식을 포착해서, 음식과 책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그 모든 마법적이고 유혹적인 방법들을 잡아낸다.’- YES24의 책소개 중
책은 1부 유아기, 2부 청소년기, 3부 성인기로 나뉘며 『헨젤과 그레텔』, 『빨간 머리 앤』, 『샬럿의 거미줄』, 『앵무새 죽이기』, 『오만과 편견』, 『레 미제라블』 등 50권의 책과 그 속의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문학에서의 음식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음식이 그냥 단순히 묘사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음식은 시대와 문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죠. 아니면 그 화려한 묘사 자체가 알게 모르게 읽는 독자들을 휘어잡을 때도 있습니다. 카라 니콜레이도 음식 묘사가 부족한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언급한 적이 있으니까요.

작품 하나만 볼까요? 《빨간 머리 앤》에서 머릴러와 매슈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안 앤은 머릴러에게 자신은 '절망의 심연'에 있어서 아침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목구멍에 덩어리가 치밀어 오를 때 먹으려고 하면 아무 것도 삼킬 수 없어요. 하다못해 초콜릿 캐러멜이라도 말이죠. 2년 전인가 초콜릿 캐러멜 하나를 먹었는데 뭐라 할 수 없이 맛있었어요. 그때부터 종종 초콜릿 캐러멜을 많이 먹는 꿈을 꿨죠. 하지만 언제나 막 먹으려는 순간 잠이 깨는 거예요. 제가 먹지 못해도 기분 상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전부 너무나 맛있지만, 그래도 먹을 수가 없어요.”
카라 니콜레이는 『문학을 홀린 음식들』에서 《빨간 머리 앤》을 소개할 때 위 대목을 언급하며 《빨간 머리 앤》을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 그날 밤 느낀 목이 멜 듯한 슬픔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그녀의 감정은 진짜이며, 비탄이 식욕에 드리우는 놀라운 힘을 대변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음식은 문학 속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저는 줌파 라히리의 단편집 『축복받은 집』에서 ‘일시적인 문제’라는 단편에서도 음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시적인 문제’에서 부부인 쇼바와 슈큐마는 쇼바가 아기를 사산 후 어색하고 서먹하게 지냅니다. 쇼바는 밖과 거실에서, 쇼쿠마는 집안과 서재에서 따로따로 생활하며 쇼쿠마는 자연스레 식사준비와 요리를 쇼바에게서 넘겨받습니다. 그런 와중, 눈보라에 고장 난 전선을 수리한다며 닷새간 여덟시에 한 시간 동안 정전이 된다는 안내문이 붙습니다.
정전 첫째 날, 그들은 작은 생일 초를 켜고 와인과 양고기로 저녁을 먹습니다. 쇼바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하죠. 쇼바는 저녁을 다 먹고 나서 베란다로 나가 와인을 마시며 진실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둘은 사흘 동안 초를 켜고 저녁을 먹고 정전 속에서 비밀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져 갑니다. 정전 마지막 날엔 반전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시적인 문제’에서 쇼바가 진실게임을 제안하는 건 그날 슈쿠마가 준비한 음식과 초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아직 슈쿠마가 날 사랑하나, 쇼바가 확인할 타이밍이었겠죠. 하루하루 진실게임을 하면서 쇼바가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마지막 결말을 봐야겠지만요.

이 단편에는 음식에 대한 묘사가 전반적으로 깔려있어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슈큐마나 같이 장보러 나가는 장면이나 천장 선반에 가득히 쌓인 보존용 유리병, 둘이 함께 처음 먹은 음식을 기록해둔 요리 레시피도 그렇고요. 또 예전에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처트니로 식사를 대접했던 쇼바나 쇼바가 임신 오 개월일 때 슈큐바의 깜짝 생일파티로 백이십 명의 사람들을 초대해 케이크와 와인등 음식을 대접한 장면이 사산 후에 적막한 집안과 대비되는 것도 그렇고요. 여기서 음식과 요리는 쇼바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수단이었을 거예요. 동시에 그녀가 사산한 전과 후의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 음식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런 것들을 표현했다면 아주 진부하고 지루했을 거예요.
이렇게 음식은 단순히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속 큰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답니다. 다음에 책을 볼 땐 음식에 한번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2819 이예성
잘 보고 가요^^
줌마 라피히라는 모르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또 이렇게 작품과 작품을 연관시키면서 글을 서술해나가는 것이 흥미로워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