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사람들은 더위를 쫓기 위해 공포 영화나 공포 소설 등 ‘괴담’을 찾아보곤 한다. 괴담에서는 특유의 괴기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귀신같은 허구의 대상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허구의 대상을 보며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말 무서운 존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오늘은 습하고 더운 여름을 맞아 무서운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공포 소설은 문학 갈래 중 하나로 예부터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장르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단테의 『신곡』,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등이 있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아주 좋아했다. 실제로 주인공은 아내와 결혼해 여러 동물을 키웠을 정도로 동물애호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주인공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며 그의 성격은 정반대가 된다. 동물들을 서슴없이 때렸으며, 가장 애지중지하던 고양이 ‘플루토’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심지어는 목매달아 죽이기까지 한다.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다 보니 독자는 주인공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 때문에 우리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이런 점이 소설의 긴장감을 더 극대화한다. 끝내 주인공은 아내를 죽이고 두 번째 검은 고양이와 함께 벽 속에 매장한다. 살인 후 시신 은폐까지의 행동은 너무도 자연스러웠고 주인공은 심지어 그날 오랜만에 두 발 뻗고 푹 잘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기괴함을 느끼게 한다.
『검은 고양이』는 세상에 나온 지 200년 가까이 된 고전 소설이다. 그런데도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 같은 사람은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술을 먹고 길고양이를 학대하다 죽인 사람, 동물들을 불법으로 안락사한 사람, 또는 아내를 때려죽인 남편 같은 사건들을 우리는 뉴스나 일상 속에서 숨 쉬듯 자주 볼 수 있다. 비슷한 종류의 요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 지루하고 뻔하다며 대중들의 질타를 받기 때문에 악당조차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서, 우리 사회 속 악인들은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여름 동안이라도 가상의 공포보다는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의 존재들에게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w. 2816 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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