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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옷을 어디에 숨겼는지 말하거라

: 선녀와 나무꾼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선녀는 참지 않았다’ (구오 저) 일부 발췌.

썸네일 사용 이미지: 앙리 마티스 - 춤 (1909년 作)


 


  선녀와 나무꾼은 설화 자체가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설화의 유명세만큼 재해석도 많이 된 작품이다. 특히 이화여자대학교 독서 모임 ‘구오’의 ‘선녀는 참지 않았다’는 많은 전래동화를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이 책에서 선녀는 나무꾼을 잡아 ‘목욕하던 선녀들의 알몸을 몰래 엿본 죄,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죄, 선녀를 강제로 데려가 아내로 삼으려 한 죄’를 물었다. 그리고 이것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왜 기존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는 하늘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무꾼을 벌할 수 없었는가? 다른 전래동화들이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완전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혹자는 만약 나무꾼이 21세기에 살고 있었다면 감금죄, 재물은닉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나무꾼이 없을까? 현재 한국은 여전히 결혼제도에 얽매인 ‘선녀’들이 있다. 정확히는 기혼자가 됨으로써 가부장적인 관습에 속박된 것이다. 많은 2030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선녀는 참지 않았다’의 저자는 ‘가부장이 없는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을 구하고, 보호하고, 심지어는 남성의 자존심을 위해 감정노동까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적어도 기존 전래동화와 같은 ‘선녀’와 ‘나무꾼’ 같은 존재를 재생산하지는 말아야 한다.




 

w. 2830 조면정


1 Comment


라마
라마
Oct 30, 2020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는 혐오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글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짚고 재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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