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도록 자식이 없던 아주머니가 백일기도 끝에 아들 셋을 낳았어. 그런데 아들 둘은 멀쩡한데 셋째 아들은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은 그를 반쪽이라고 불렀어.
반쪽이는 눈과 귀, 팔다리가 한 개밖에 없었지만, 힘은 다른 사람들보다 갑절은 세었어. 농사일을 돕거나 사냥을 하는데 남의 곱절은 해낼 정도였지. 하지만 형들은 그런 반쪽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그래서 어느 날은 반쪽이를 나무에 묶어놓았어. 하지만 반쪽이는 그 자리에서 나무를 뿌리째 뽑아 집으로 돌아왔지. 그 정도로 천하장사인 반쪽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어. 반쪽이는 자신이 가진 힘을 오직 이로운 일에만 썼는데도 말이야. 사람들은 단지 반쪽이라는 이유로 그를 좋아하지 않았어.
시간이 흘러 형들은 모두 장가를 갔어. 반쪽이는 형들이 장가가 즐겁게 사는 걸 보고 자신도 장가가고 싶어 어머니께 장가보내 달라고 졸랐어. 또 반쪽이는 건넛마을 김부사 댁의 딸을 색시로 맞겠다고 했지. 물론 어머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당부했지만 반쪽이는 김부사 댁에 계속 들러붙어있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어. 그리고 결국 반쪽이는 재치를 발휘해 김부사 댁 딸을 데리고 도망치는데 성공했어! 하지만 김부사 댁 딸은 반쪽이인 그를 보고서 까무러치게 놀랐어. 결국 반쪽이의 청혼을 받아드리지 않았지. 반쪽이는 크게 실망하여 터덜터덜 혼자서 집으로 돌아갔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웬 여인이 반쪽이의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어! 자신을 정이라고 소개한 여인을 반쪽이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어. 그녀는 몇 년 전 자신이 강물에서 구해준 여인이었어. 정이는 그동안 남몰래 반쪽이를 사모해왔다며 자신을 아내로 받아달라고 했지.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냐고? 반쪽이는 이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고 정이와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 정이는 죽을 때까지 반쪽이의 곁에서 그의 힘이 되어주었대.

재밌게 읽었나요? 그런데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다른 것 같은 느낌을 들지요? 그 이유는 제가 결말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판본 중 하나에서는 반쪽이가 자신이 납치한 김부사 댁 딸과 결혼합니다.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냐고요? 반쪽이가 허물을 벗고 미남자가 되어 더 이상 반쪽이가 아니게 되었거든요. 저는 장애인 반쪽이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갑자기 비장애인이 되어서라는 이야기의 결말이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반쪽이은 비록 눈과 팔, 다리와 귀가 한 개밖에 없었지만 힘은 장사였어요. 그리고 그 힘을 이로운 일에만 사용했죠. 저는 그런 반쪽이를 모두가 싫어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반쪽이를 사랑하는 비장애인 여성 인물 정이를 만들었어요. 반쪽이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진심으로 반쪽이를 위하며 반쪽이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반쪽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캐릭터죠.
저는 반쪽이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회의 편견에 맞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여러분의 반쪽이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w.2833 은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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