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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에서 나타난 종교의 충돌에서, 2020년까지


 



김동리의 ‘무녀도’ 는 조선에 새로운 종교인 천주교가 유입된 이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종교적 질서의 붕괴와 그에 근원한 또 다른 믿음의 재건에 대해 쓰여진 소설이다. 둘은 서로의 종교적 의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욱이가 식사를 하기 전에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올리고, 도화가 욱이의 성경을 불태우면서 소금을 뿌리고 기도를 하는 장면에서 욱이와 도화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에 대한 공포까지 느낀다.


모자의 충돌, 천주교와 샤머니즘의 종교적 갈등 속에서 아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고 천주교 신자로서 ‘순교’ 하고, 도화는 아들을 죽였지만 결국 그의 신앙심을 꺾을 수는 없었으므로 결국 천주교가 승리하고 샤머니즘이 패배했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박해와 순교의 역사 속에서 종교의 진실성과 우월성이 증명된 적은 사실상 없거니와 ‘무녀도’ 가 천주교의 승리와 샤머니즘의 패배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될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승리와 패배가 욱이의 승리와 도화의 패배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이지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2020년에도 종교와 믿음에 대한 충돌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그것이 더 큰 분쟁의 시작이 되거나 종종 서로에게 위협을 가하는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는 인간을 위한 것이지 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진실된 신앙을 드러내기 위해서 다른 종교를 탄압하거나 사회 질서를 의도적으로 파괴시키려는 시도는 더 이상 종교적 의식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기고 대규모 종교 집회가 일어나고, 그로 인한 확진자가 대량 발생했던 2020년 중순과 며칠 전 천주교인이 노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절에 고의적으로 화재를 일으킨 사건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무녀도’에서 욱이와 도화가 서로의 의식에 대한 몰이해로 겪었던 종교적 충돌과 그 결말을 떠올리게 된다.




 

2832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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