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밥의 민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단순히 밥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밥에 집착한다는 뜻이다. 밥 없이 못 살고, 잠 안 자고 뭔가를 하더라도 꼭 밥은 먹고 하며, 만나자마자 식사의 여부를 물어본다는 한국인들이 쓴 문학은 어떨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한국의 문학에서 음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시, 소설, 고전시가까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음식은 삶과 추억의 상징에서 한 국가나 민족의 상징으로 확대되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배죽에서 해외여행만 다녀오면 그렇게 먹고 싶어지는 김치찌개 등등. 이런 음식의 의미는 묘사를 단순히 문학에 첨가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의미, 주제의 해석으로 이끌어 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한 고로 오늘은 각 장르의 작품에서 음식을 소재로 하여 풀어낸 의미와 기능을 알아볼 것이다.
가장 먼저 현대시로 쓰여진 밑의 예시를 보자.
햄버거에 대한 명상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 장정일
(전략)
오늘 내가 해 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 많은 재료를 들이지 않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명상
그러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이 듬뿍 든 명상
어쩌자고 우리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 가운데서
빠질 수 있겠는가?
자, 나와 함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 주겠다. 준비물은
햄버거 빵 2
버터 1½큰 술
쇠고기 150g
돼지고기 100g
양파 1½
달걀 2
빵가루 2 컵
(중략)
그 일이 잘 끝나면,
빵을 반으로 칼집을 넣어 벌려 버터를 바르고
상추를 깔아 마요네즈 소스를 바른다. 이때 이 바른다는 행위는
혹시라도 다시 생길지 모르는 잡념이 내부로 틈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므로 버터와 마요네즈를 한꺼번에 처바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씩, 스며들도록 바른다.
그것이 끝나면,
고기를 넣고 브라운 소스를 알맞게 끼얹어 양파, 오이를 끼운다.
이렇게 해서 명상이 끝난다.
이 얼마나 유익한 명상인가?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졌다
햄버거를 만드는 레시피로 만들어낸 독특한 형태의 시다. 단순히 읽는다면 레시피 북을 참조한 것 같다 정도의 감상에 그칠 것이다. 이 특이한 문장의 레시피를 시로 만드는 지점은 바로 ‘햄버거’가 갖는 의미이다.
햄버거를 ‘미국식 간식’이라고 지칭한 이 시는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사대주의와 미국에 대한 환상, ‘약간씩, 스며들도록’ 나타난 사상을 이야기한다.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족속’에 속해야 한다는 반의어를 사용한 이 시는 음식이 갖는 세계적, 국가적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현대시가 이렇다면 고전시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화전가에 등장하는 음식 ‘화전’은 한국의 고유 음식인 동시에 현대로 따지면 봄날에 한강으로 싸 들고 나가는 도시락에 가까운 의미를 가진다.
···
구경(求景)을 그만하고 화전(花煎)터로 나려와서
무쇠그릇이야 솥이야 시냇가에 걸어놓고
맑은 기름과 흰 가루로 화전(花煎)을 지저놓고
화간(花間)에 가족들을 웃으며 불렀으되
어서 오고 어서 오소 집에 앉아 수륙진미(水陸珍味)
보기는 하려니와 우리 가족 동환(同歡)하기
이에서 더할소냐.
···
산으로 놀러 나가 꽃놀이를 하다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내용의 시가이다. 이때의 음식(화전)은 추억, 평범하고 일반적인 음식으로 등장하며 그 시대의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된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에서의 음식이다. 김숨의 〈국수〉는 제목처럼 국수를 만들어 먹으며 화자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떠올리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숙성의 시간을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침잠의 시간······ 단절의 시간······ 내적 고요의 시간······ 성찰의 시간······
혹 당신이 뽑아낸 국수살들은 끈이 아니었을까요. 당신은 자식이란 끈 대신 밀가루로 반죽을 개어 끈들을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요.
소설의 일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국수는 단순히 화자의 새어머니가 자주 하던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수를 만들어내는 시간에서 필수로 존재해야 하는 숙성은 성찰, 내적 고요 등 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자신의 아이를 가지지 못하고 남의 아이를 길러야 했던 화자의 어머니가 끈 같은 국수로 가족의 끈을 맺길 원한다는 것은 국수가 국수 그 자체에서 다음 단계의 상징으로 도약하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은 여러 문학 작품에서 등장하는 음식에 대해 찾아보았다. 물론 이곳에 등장하는 작품은 소수일 뿐, 희곡에서 영화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이 발표되는 만큼 더 많은 음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음식의 예술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2824 이해솔
이웃님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예시를 들어 더욱 이해가 쉽게 해줘서 재밌게 감상했어요~ 이러한 하나의 작품이 멋지게 전시된 르네상스가 아름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