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길을 가는 행인에게 물어본다면 사랑, 이별과 같은 주제가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국어’라는 과목에서 배운 문학 작품 중 대다수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정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는 해도 유독 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소재가 많은지, 그리고 그 소재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8할 이상이 왜 ‘한’을 다루고 있는가? 나는 이번 칼럼에서 그 이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사람과 사람끼리의 헤어짐, 짐승과 고향산천에서의 헤어짐. 그 모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이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것이 ‘한’이 되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여러 문학 작품이 있고, 여러 해석의 갈래가 있으며 그 해석이 바뀐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아직 ‘한’의 정서가 무엇인지 결론내릴 순 없으며 그것은 주관일 뿐이다. 한 또는 원한의 의미는 모호하나, 욕구나 의지의 좌절과 그에 따르는 삶의 파국, 또는 삶 그 자체의 파국 등과 그에 처하는 상처의 집합체라고 나와있다. 즉,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한국 사람들의 대표적인 정서가 ‘한’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 한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원한이라고 부르는 것이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한은 생기기가 쉽지 않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그저 깔끔히 이별을 받아들인다면 원한이 생길 이유가 없으므로 해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후회, 억울함, 앙갚음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 응어리지는 것을 원한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한 질투와 후회로는 원한이라고 할 수 없다. 금방 해소될 감정이 아니라 그릇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 그릇을 넘칠 때,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자기 자신을 지배할 때서야 비로소 원한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인에게서 이런 원한의 정서가 생겨나는 것일지를 보면,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토지가 비옥하고 삼면이 바다로 되어있으며 위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어 다른 나라의 칩입을 자주 받았다. 불안정한 나라의 외세 뿐만이었다면 모를까, 정치적으로도 많이 불안정했던 우리나라의 역사는 왕의 재위가 최대 4년이라고 했을 정도로 정세가 불안정한 편이었다. 이렇게 되니 전쟁통에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랑과, 온 진심을 다해 모시던 왕에게서 유배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보면 원한이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사모하는 임금에게서 떼어둔 역적의 무리 하며, 사람들의 목숨을 전부 앗아간 전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이별들로 인한 사무친 원한은 구비전승과도 같이 우리 민족에게 대물림 되어오는 하나의 숙명인 것이다.
친숙하게 이해하기 위해 당장의 한국 K-POP을 예시로 들어볼 때, K-POP에서 ‘사랑’과 관련되지 않은 노래가 많은가를 먼저 예로 들 수 있다. 대부분의 노래에 첫 사랑의 설렘, 이별의 아픔 등 결국 사랑으로 통하는 노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원한이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 나라의 토속적인 고유 정서가 정말 원한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또 완전히 ‘사랑’이라는 문제에서만 원한이 빚어지지 않는다는 관점도 많은데, 그 예시로 관리의 수탈에 대한 원한, 나라를 빼앗긴 한, 외로움에 대한 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결국 이 한들은 사랑으로 포용된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결속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리의 수탈에 대한 원한은 자기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이고, 나라를 빼앗긴 한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외로움은 결국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모든 한은 결국 사랑으로 통용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원한이 생긴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지만, 결국에는 한도 하나의 미련이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놓을 수 없는 하나의 감정. 우리 민족이 유일하게 유대를 느끼는 동일한 감정이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면 참 고결하고 우수하다 생각하지 않은가. 모든 것은 정에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니. 우리는 이렇게 계속 한의 정서를 계승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참고 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한 [恨]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이응백, 김원경, 김선풍)
w. 2813 방성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역사적 특성을 근거로 '한'이라는 감정에 접근한 것이 흥미로웠어요. 예시로 들어준 얘기가 쉽고 확 와닿았던 것 같아요!
'민족이 유일하게 유대를 느끼는 동일한 감정이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문장이 너무 좋네요. 짐승과 고향산천에서의 헤어짐도 한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집어준 것이 좋았어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