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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포 문화 : 탄생 배경 중심으로.

 



말이란 것이 존재하면서부터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괴담이 함께 했다. 초기에는 소소한 괴담이 모여 신화가 만들어졌고,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진 신화에서 또 다른 소소한 괴담이 창조되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감정인 ‘공포’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 이야기들은 아주 특이하게도 나라별, 그리고 문화별로 공통되면서도 다른 특징을 보인다. 오늘은 여러 나라의 괴담과 그 괴담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귀여운 유령 친구


첫 번째로 살펴볼 괴담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처녀귀신’ 서사이다.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은 귀신 하면 가장 먼저 흰 소복에 풀어헤친 머리의 여성을 상상할 것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 넓게 퍼져 있는 이 귀신은 본디 인간이었던 것이 한을 품어 생겨난 원혼, 즉 악령으로 인간의 불행한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존재하기는 ‘총각귀신(남성귀신)’ 또한 동시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성 귀신이 도드라지게 많은 이야기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KBS 전설의 고향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듯 조선 시대에는 극단적 유교 사상. 성리학의 발달로 고려에 비해 여권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성리학은 여성의 재혼과 이혼, 외도와 독립적 사상 등 다방면으로 제한을 걸었는데 이 상황에서 남편의 외도나 폭력에도 이혼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심지어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남편이 사망했는데도 재혼이 불가능한 경우까지 포함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불합리한 삶과 고통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였고, 그 결과 고통스럽게 사망한 여성의 혼이 귀신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공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된 문학 작품으로는 우리 모두가 아는 〈이생규장전〉 등이 있다.


그렇다면 먼 나라 이웃 나라인 미국의 ‘공포’를 보자. 미국은 그 역사가 짧은 만큼 민족적인 통념이라 할 만한 공포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미디어나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이 있다.


미국은 유럽인의 무단 침범 및 점거, 약탈과 비윤리적 행위로 이루어진 국가다. (아무리 자기들이 자유와 개척의 국가라 우길지라도···) 심지어 이들은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올 때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노예로 삼아 대거로 끌고 왔는데,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신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흑인들이 아프리카 종교를 발전시켜 자신들만의 신앙으로 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 특히 게임에 의해 잘 알려진 부두교로 보통은 부두술(이는 의식 행위만을 지칭한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리자드, 디아블로 부두술사


미국인들은 19~20세기부터 자신이 노예로 쓴 흑인들의 종교를 극히 박해하고 혐오했으며 동시에 공포의 대상으로 삼았다. 물론 부두교의 경우 좀비(일반적인 좀비는 아니나)를 제작하거나 카톨릭과는 아주 거리가 먼 민간신앙의 모습을 띄는 등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한 공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특히 굉장한 제노포비아였던(...) 미국의 호러 소설 작가 하워드 러브크래프트의 경우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집트, 전 아메리카 원주민, 부두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그의 호러 단편선에도 명백하게 잘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보단 사상 자체가 더 공포였던 하워드 P 러브크래프트...


마지막으로 간단한 나라별 괴담과 그 배경에 대해 나열해보고자 한다. 캐나다의 경우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형으로 유명한데, 이러한 문제 탓인지 눈사태로 고립된 갱 속에서 동료들의 시체를 뜯어먹고 살아남은 인간이 변한 ‘웬디고’에 대한 괴담이 존재한다. 이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금지하는 식인에 대한 경고로, 웬디고는 인간을 잡아 먹지만 항상 굶주려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의 경우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속설이 유명한데, 실제 뱀은 귀가 없어 휘파람 자체를 들을 수 없음에도 농경 사회는 일찍─자고─일찍─일어나기 습관을 중시했기에 아이들의 빠른 수면을 기대하며 만들어냈다는 설이 유력하다.


웬디고는 창백한 피부에 사슴 두개골과 뿔, 아주 마른 몸과 큰 키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은 특징적인 국가들의 괴담에 대해 살펴보았다. 괴담에서 시작된 문화적 가치관, 신화 등 다양한 문화적 차이는 물론 반대로 문화적 차이를 배경으로 발생하는 괴담도 존재한다. 무더운 8월, 괴담의 새로운 면모를 공부해보며 오싹한 열대야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괴담, 혹은 의식을 모티프로 제작한 공포 인디 게임 "Year Walk"를 소개하며 본 글을 마친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269050/Year_Walk/



 


w. 2824 이해솔



2 Comments


🍦 🍨
🍦 🍨
Oct 30, 2020

미국의 좀비가 탄생한 배경 이야기는 유명하다면 유명하죠. 논리정연하게 쓰여진 글로 이야기를 접하니 또 감회가 새롭네요. 멋진 게임 추천까지 좋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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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dagous
Oct 30, 2020

I'm impressed by the coolness of your spine.

I think various information about fear is bene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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