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단편 ‘칼자국’에서의 어머니는 강합니다. 오천 원에 산 스테인리스 칼을 손에 쥐고 국숫집을 운영해 자식과 남편을 먹여 살립니다. 아버지는 늘 그러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특유의 유함 때문에 보증을 서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의 일이 흔했습니다. 그러고는 질책하는 어머니에게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덕분에 어머니는 점점 팔을 걷고 뭐든 나서는 대장부같은 사람이 됩니다. ‘나’와 어머니가 사는 마을은 다들 배우자 이외의 애인을 두고 있었고, ‘나’의 아버지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버지의 애인은 어머니보다 나이 많고 목욕탕에서 때밀이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벌어온 돈으로 애인에게 바나나 우유를 사줍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계속, 그런 아버지와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밥상을 차립니다.

‘칼자국’에서 작품 속 어머니는 경제와 가사를 모두 담당해야 합니다. 자신이 벌어온 돈이 목욕탕 여자의 바나나 우유값으로 나갈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칼을 쥐고 국수를 자르는 것, 누군가의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손가락에 피가 나도 국수 그릇에 묻은 피를 걱정해야 하고 남편의 바람에도 호탕하게 웃습니다.
이 소설은 김애란 특유의 깔끔한 문체와 털털하다 못해 호탕해 보이는 캐릭터로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지만, 당시 여성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성과 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삶과 가사는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남성이 가사를 한다는 것은 ‘돕는다’라는 인식도 강하죠. 특히 식사에 관해서는 여전히 여성의 담당이라는 시선이 남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 어머니의 캐릭터가 더욱 슬프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거나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며, 어쩌면 우리의 일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여성의 삶과 식사가 연관이 있다는 주제로 쓴 글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글을 적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w.2823 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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