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인현왕후전을 정말 많이 읽었다. 그래서 인현왕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것을 계기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지만, 보드 게임을 고안해 낸 왕비이다. 인현왕후가 고안한 보드게임은 규문수지여행지도(閨問須知女行之圖). 이 게임은 인현왕후가 폐출되어 사가에 있을 때 외로움을 달래고자 어린 조카딸을 데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와 놀아주려고 만들어낸 놀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남자아이들이 즐기던 보드 게임인 승경도를 여성 버전으로 컨버전한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승경도가 조선 시대판 인생 게임으로 조선조의 관직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라면, 이 게임의 말판에는 당시 여성들의 덕목이나 조선과 중국 역사에 남은 열녀, 효녀, 악녀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바둑, 장기 같은 잘 알려진 게임을 제외하고 또 어떤 오락을 즐겨했을까?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승경도이다. 조선시대의 관직 품계를 두고 승진과 파직을 주사위로 결정하는 보드게임이다. 불교 버전인 성불도, 팔도 유람으로 스핀오프했다고 볼 수 있는 승람도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전통 놀이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디지털 게임이 더욱 주목되고 있는 만큼 전통 문화를 디지털화한다면 어떨까? 특히 우리나라는 e스포츠에 강하기 때문에, 어쩌면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ㄴ승경도(출처: e뮤지엄)
2805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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