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동물들이 인물로 등장하는 우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의인화된 동물들이 인물로 등장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돌려 말하기’에 있습니다. 대놓고 말하기 꺼려지거나 위험할 수 있는 내용은 보통 돌려 말하고는 하죠. 특히 외부의 침략이 잦았고 정권 교체를 많이 겪었던 우리 민족은 우의적이고 간접적인 말을 많이 한다는 특성이 있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씨남정기’는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때 소설의 배경을 조선으로 했다면 작가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겠죠. 그래서인지 작가 김만중은 소설의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합니다. 우화도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동물을 인물로 설정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껍전’같은 경우 조선 후기 신분이 뒤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지배층을 풍자하는 소설이지요. 이 소설에는 동물들이 서로 윗자리에 앉으려고 나이 다툼을 하는 모습이 매우 실감 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지배층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드러냈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배층이 알게 되었다면 노발대발하면서 당장 이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하라고 하고 엄벌을 내렸겠지요. 이를 알고 있었던 지은이는 나름의 꼼수를 부립니다. 바로 동물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죠. 그러면 훨씬 자유롭게 인물들을 비판하고 풍자할 수 있겠죠? 만약 지배층이 ‘이거, 우리 얘기 아냐?’라고 묻더라도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동물들 이야기잖아요. 게다가 배경도 중국 명나라인데요?’라고 둘러댈 수 있었겠죠. 이렇게 우화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지은이는 마음 놓고 신랄하게 비판 의식을 드러냈을 거예요.
우화를 통해 풍자성을 강화한 소설은 이외에도 많은 작품에 드러납니다.‘장끼전’도 우화의 방식을 통해 남성만 귀하게 여기는 생각과 여성의 재혼을 막는 제도를 비판하고 있지요. 근대 계몽기 신소설인 안국선의‘금수회의록’은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 사회의 모순과 어리석음을 비판적으로 그린 소설로 손꼽힙니다. 또 현대소설인 ‘너와 나만의 시간’에서 꿈을 통해 개미의 우화가 부분적으로 제시되면서 전쟁의 비극성과 모순적 특성을 부각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죠. 이렇듯 우화의 방식은 인간 세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작품에서 취하는 특성으로, 우리 문화의 전통적 형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우화를 그저 동물들의 이야기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로까지 확장해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 2817 유하나
'우화'하면 왠지 서양의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이 글을 통해 동양의, 그것도 한국의 우화들을 알게 돼서 재밌었어요! 우화가 탄생한 배경이 외부의 압박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마음이 아프면서 한편으로는 압박을 이겨내고 새로운 형식을 개척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우화가 많은 이유가 있었군요🤔🤔 통촉하여 주십옵소서가 영어 번역되면 please listen 이었단 이야기가 떠올라 반도의 돌려까기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 좋은 글 잘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