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밥 먹기 싫어>는 밥을 먹지 않고 군것질만 하려는 아이와 밥을 먹이려는 엄마 사이의 갈등을 풀어낸 그림책이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방안에서 놀고 있던 아이는 밥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마스크를 쓰고 장난감 총을 든 아이는 식탁 앞에 앉아서도 음식을 먹지 않고, 엄마는 밥통 로봇으로 변해 다양한 채소들이 아이에게 날아가도록 한다. 아이는 지렁이 젤리 총으로 그들을 무찌른다. 밥통 로봇을 이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와 사탕을 마음껏 먹는데, 몸이 점점 불어난다. 풍선처럼 변한 아이는 엉엉 울며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앞서 말했듯, 이 그림책은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와 밥을 먹이려는 엄마가 벌이는 '밥 먹기 전쟁'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왼쪽 페이지에는 아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엄마를 그려 대립하는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또한, 색연필로 삐뚤빼뚤 그리고 수채화로 칠한 삽화는 친숙함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다양한 부분들을 살펴보며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다. 특히, 그림책을 읽을 때 주의 깊게 보았던 것은 아이의 행동이었다.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불러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모습, 달콤한 것들을 마구 먹는 모습 등 현실에서 겪었던, 혹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아이는 왜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 걸까?’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식사는 없을까?’라는 물음들도 들었다. 지금의 나는 산처럼 쌓여 있는 군것질거리보다도 된장찌개, 계란말이와 생선이 차려진 커다란 식탁(삽화)에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니, 페이지를 넘기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어렸을 적에 나도 밥 먹기를 싫어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또한, 이 그림책 속 엄마는 밥통 로봇으로 변해 채소들과 밥을 억지로 먹이려 했는데, 이외에 아이가 밥을 먹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궁금했다.
남기선, 허계영, 김경민의 <아이를 살리는 음식 아이를 해치는 음식>에서 그러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는 먹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다.’라고 말한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식은 더욱 편리하고 맛있어졌지만, 오히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 TV에서는 방부제와 색소 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매일같이 광고한다. 이러한 시대에서 아이의 식습관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무지는 아이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강요해도 되는 것일까? ‘식습관보다 아이의 발달 심리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책을 읽는 도중 이 소제목이 시선을 확 끌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단순히 먹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단계를 이해하고 아이의 행동에서 마음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 1~2세의 아이들은 말보다는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식품에 대해 ‘호불호’를 분명히 표현하기도 한다. 기괴한 조합으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음식을 던지거나 가지고 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의식, 탐구력, 창의력 등을 키운다. 3살에는 어떤 음식을 거부하거나 한 음식만 고집하는 등의 행동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음식이 먹기 싫어서 하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본 부모는 그림책 속 엄마처럼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아이와 싸우고, 야단을 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야단과 호통이 아닌 관심과 사랑일지도 모른다. 또한,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많은 것을 학습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부모가 좋은 식습관 모델이 되어 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군것질거리를 많이 하거나 채소를 먹으면서 찡그린 표정을 짓는다면, 아이가 이러한 행동을 모방할 가능성이 크다. 식탁에 앉아 아이가 먹는 음식을 함께 맛있게 먹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식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기를 수 있다.
그림책 <난 밥을 먹기 싫어>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아이와 엄마의 갈등이 진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가 음식 전쟁에서 이겼다고 표현되었지만, 이는 표면적인 해결일 뿐이다. 호통을 치는 대신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요리를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아이는 자신이 직접 사온 식품과 자신이 한 요리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을 두기 때문에 그 식품이 식탁에 올라왔을 때 훨씬 더 반가워한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결말을 상상해 보면서 식사에 대한 아이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느낄 감정을 생각하며 왜 밥을 먹지 않는 걸까, 어떻게 밥을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시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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