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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1인용 식탁>, 왜 ‘혼자’ 먹는 다는 것이 강조되는 걸까?


 

지금은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익숙해져가는 시대입니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의 줄임말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와 버린 단어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 혼밥하기 좋은 식당 리스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혼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신은 혼밥을 할 때 어떠한가요. 두렵거나 왠지 망설여지고 눈치가 보이지는 않나요? 오늘 다룰 작품 <1인용 식탁>에서는 당당한 혼밥족으로 되기 위해 혼자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 한 젊은 직장인의 오인용 씨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오인용 씨는 혼밥 학원을 등록합니다. 오인용 씨의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되는 건 학원을 등록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녀가 혼밥 학원을 등록하는 이유입니다. 작중 오인용 씨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식탁을 공유하지 못하면 농담도 공유하지 못하며 더러는 진담도 공유하지 못한다.’


이 생각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오인용 씨는 억지로 무리에 끼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혼자서도 잘 먹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죠.





두 번째는 오인용 씨가 혼밥 학원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을 지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혼밥 학원에서 수료증을 한 번에 받는 경우는 수강생의 15퍼센트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오인용 씨가 그 15%안에 드는지 궁금해져서 작품을 계속 읽게 됩니다. 오인용 씨는 무사히 수료증을 받았을까요?

하지만 오인용 씨는 85퍼센트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오인용 씨는 85퍼센트의 사람들이 두려워한 것은 시험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시험 후에 다가올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혼밥을 연습했던 무리에서 나오기 두려워진다는 것이었죠. 학원에 찾아오지 않고 정말로 혼자서 밥을 먹어야하는 현실이라는 공포에게서 도망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료증이 아니라 현실을 유예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인용 씨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학원에서 배우고자 했던 것은 혼자 먹는 방법이었지만, 정작 얻어간 것은 내가 혼자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안이었다고 말이죠.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하지만 혼자 먹는 건 두렵습니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오니까요. 혼밥이 두려운 것은 타인의 시선 때문이 아닙니다. 그 시선들 속에서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유독 밥을 먹을 때는 ‘혼자’ 먹는 다는 게 강조될까요? 그건 아마 밥을 먹을 때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학교에서,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는 일정 무리가 만들어집니다. 그 밖의 상황에서도 함께 밥을 먹을 무리들에게 식사약속을 잡죠. 우리는 어쩌면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로 자신이 이 무리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혼자 먹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요?


 

w.2833 은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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