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스페인 만든 영화 <더 플랫폼>에서는 최고의 요리사들이 모여 수감된 자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수감된 자들은 범죄를 저질러서 온 게 아닌, 단순 6개월만 수감되면 학사 학위를 인정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오는 이들도 있고, 수감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수감되었는지 궁금하여 감옥을 설계한 사람이 직접 수감되는 기이한 일도 일어난다.
<더 플랫폼>은 대담한 컨셉, 숨막히는 흡입력, 예측불허의 반전까지 장르적 묘미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30일마다 랜덤으로 레벨이 바뀌는 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에서 깨어난 한 남자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는 가히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명 ‘수직 자기관리 센터’ 그 미스터리한 수감 시설에는 각 레벨당 2명이 배정되며, 각자 원하는 개인 물품을 하나씩 소지할 수 있다. 각 레벨의 중앙에는 천장과 바닥이 뚫린 형태로 모든 층을 관통하는 일종의 거대한 식탁(플랫폼)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상위층에서부터 먹고 남긴 음식만을 아래로 전달하는 일종의 릴레이 방식으로 하루 1회 공급한다. 높은 층에 있는 특권층은 아래층에 있는 이들의 처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배를 채운다. 때문에 어느 층인가부턴 소스 한 방울 남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30일이 지나면 레벨은 무작위로 재배치되며 특권층과 열등층이 순식간에 반전되기도 한다.
영화의 스페인어 원제 ‘엘 오요’(El Hoyo)는 ‘구멍’ 내지는 ‘구덩이’를 뜻으로 이 수감 시설의 모든 층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암흑과도 같은 나락을 의미한다. 극중 생사를 좌우는 레벨은 숫자를 매긴 명확한 서열화로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극단적이며 미학적인 공간 연출과 사실적인 촬영은 관객들을 극중 인물과 동일선상으로 초대해 생생한 체험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 극한으로 내몰린 주인공에 몰입한 관객들은 90분의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축적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강렬한 뒷맛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이러한 초월적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랑 만날지, 다음에는 어떤 층으로 배정될지 공포에 사무친다. 인간은 자신이 알 수 없는 초월적인 공간에서 이러한 공포를 느낀다.
다만, 이 영화는 일부 잔혹한 장면이 들어감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이니 미성년자는 보호자와 함께 시청하거나, 잔혹한 장면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시청을 피하기를 권한다.
비록 청소년 관람 불가이긴 해도, 영화를 보고 생각에 잠기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영화가 될 듯 하다. 굉장히 철학적인 영화이면서도 초월적 공간과 요소에 인간이 심리적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감독의 묘사가 정말 뛰어난 예술과도 같으니 말이다.
w.2837 잔나방
영화 더 플랫폼에 관해서 잘 설명해준 글 같아요. 제가 영화를 코로나 시국 때문에 제대로 보러가지 못해서 넷플릭스나 왓챠로 때웠는데 이건 꼭 영화관에서 봤음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