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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그리고 문학


 

볕 잘 드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있어 여유를 상징할 만큼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커피와 책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존재들일 것이다. 하지만 길거리에 흔하게 넘쳐나는 카페들의 시초, ‘커피 하우스’ 역시 문학과 연이 깊다는 점을 아는 이들은 드물지도 모른다.

커피하우스의 기원과 커피의 기원은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해석이 엇갈리며 의견이 분분하지만, 커피 하우스는 가장 먼저 커피 문화가 향유되기 시작한 15세기 이슬람권에서 최초로 등장했으며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로 제시되는 장소 역시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15세기 후반 콘스탄티노플(오스만 제국의 수도)에 개점한 ‘Kiva Han’이 그것이다. 이후 유럽으로 커피가 전파되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에 커피하우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커피하우스가 유럽의 문화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커피하우스는 근대 사람들에게 역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대화의 장이 되어주었다. 술이 아닌 건전한 음료를 판매하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장소. 근대의 경제, 정치, 철학, 스캔들, 가십, 시사, 철학, 자연과학 등 수많은 주제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장소. 커피하우스에서 발전한 역사적 조직과 연구, 체제 등을 헤아리자면 그 끝이 없을 정도로 커피하우스는 획기적인 곳이었다. 근대의 예술 역시도 커피하우스에서 크게 번창했다.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다루는 예는 음악이지만, 오늘은 커피하우스와 문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커피 문화가 처음 유럽에 자리잡기 시작하던 당시, 숱한 사회운동가와 예술가들은 일명 ‘카페인 홀릭’ 증세를 보였다. 나폴레옹,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바흐, 괴테, 슈베르트, 슈만, 바그너 등의 역사적 인물들은 하루에 커피를 수십 잔씩 마시며 주변인의 걱정을 사곤 했다. 당대의 시인과 소설가들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슈베르트에 의해 곡으로 만들어진 시 ‘마왕’을 쓴 괴테는 하루에 커피를 20~30잔씩 마셨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의 문학 거장 발자크는 하루에 50잔의 커피를 마시며 2472명이 등장하는 ‘인간희극’ 등 100여 편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커피의 각성 효과가 예술적 심미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우리는 예술계에서 위인들로 칭송 받는 인물들을 카페인 홀릭의 예로써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커피와 커피 하우스는 수많은 문학 작품들에도 등장하며 현대의 고전 명작 독자들로 하여금 그 시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도록 한다.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조너선 스위프트는 자신의 작품에서 커피하우스를 ‘악명 높은 사기꾼과 귀족 나부랭이들의 집결지’로 묘사했다. 블라디미르 나브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는 현재까지도 파리의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지는 커피하우스 ‘카페 레 되 마고(Café Les Deux Magots)’와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가 수차례 등장한다.

커피의 역사와 근대의 예술이 같은 시대를 공유하며 발전했던 만큼 의외의 관계성들이 발견되는 것도 놀랍지 않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실 때에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지식들을 알아가는 즐거움 역시 우리가 커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쁨이 아닐까? 근대 예술사와 관련된 커피 이야기들을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추천해보고 싶다.

 

w.2829 이나

인용 자료 출처 : 신동아, 박영순 <커피를 처음으로 문학 소재로 삼은 인물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케이비이인터네셔널 <커피하우스의 역사> (남지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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