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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할로윈


 



지난 10월 31일 할로윈(Halloween)이 지나갔다. 코로나 시대와 함께 대폭 축소된 축제의 분위기를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즐겼다. 할로윈마다 업로드되는 각종 일러스트와 음악, 영상들은 그야말로 전야제의 분위기.

할로윈의 유래는 익히 알 듯 켈트족의 주술적 의미가 담긴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했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기 위해 인외(人外)의 모습으로 분장하던 것이 오늘날 코스튬 플레이 문화와 융합돼 파티로 발전한 것이다.


ㄴ 할로윈 컨셉의 귀여운 애견 화보


그러나 조선에도 할로윈처럼 귀신 분장을 하고 즐기던 행사가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고려 후반, 중국에서 전래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행사 ‘나례’는 한해의 마지막인 섣달그믐날 묵은해의 잡귀를 쫓아낸다는 명분으로 행해졌다. 탈을 쓰고 화려한 안무와 함께 큰 굿을 벌였는데 궁중, 관아, 민가 가리지 않고 즐겼다. 초반엔 사윈 축제와 같이 주술적 의미가 더 강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연회의 성향이 강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워낙 규모가 컸던 탓에 재정적 피해가 따랐고, 점차 간소화되다 정조 때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민가에서는 간간이 소규모로 행했으나 폐지 후 사회 분위기가 변함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ㄴ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中


축제는 아니지만, 나례와 비슷한 맥을 함께하는 조선의 풍속이 하나 있다. 바로 음력 1월 16일 ‘귀신날’이다.

귀신날은 정월대보름 바로 다음 날로, 정월에 버린 밥과 부럼을 찾아 잡귀가 모이기에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쉬었다고 한다. 이날 일을 하면 귀신이 붙어 병이 든다 믿었고, 특히 며느리가 일하면 과부가 된다(=집의 가장이 죽는다) 하여 집안일도 삼갔다.

세시 풍속인 만큼 지역마다 귀신날을 즐기는 법이 달랐는데, 강원도 춘천·화천 지역에서는 귀신 대가리를 깬다(!)며 방아를 찧기도 하고, 귀신 목을 자른다 또는 머리통을 판다(!)해서 칼질을 많이 하고 나무를 베기도 했다. 경기도 김포·강원도 평창 지역에서는 귀신이 본인에게 맞는 옷은 입고 간다 믿어 옷과 신발을 숨겼다. 이 외에도 집으로 들어오려는 귀신 찔리라고 거꾸로 매달아둔 체에 바늘을 꽂기도 했다(조상님은 참지 않기……).

이상 조선의 연말 의식이자 축제인 나례와 귀신날을 알아보았다. 동·서양의 경계가 실상 불명확한 것처럼 서로 닮은 풍속과 이야기, 생활사를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혹시 할로윈과 나례처럼 다른 문화권이지만 똑 닮은 문화를 알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참고-한국민속대백과사전, NAVER 지식백과




 

2828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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