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계란 후라이. 『벼랑 위의 포뇨』 속 라멘.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짤막한 클립으로 본 적이 있는 장면들일 것이다.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속 음식은 그 묘사가 먹음직 스럽기로 유명하다. 일본의 음식 애니메이션과 견주어 보았을 때도 흠이 없으며 심지어는 실제 음식보다도 더 먹음직스럽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리얼한 음식 묘사는 주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음식이 등장하는 씬을 멋있게 그려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애니메이션 기술 자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선과 색의 조화, 음식을 먹는 등장인물들의 행동, 그리고 음식이 나오는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모 일간지에서 밝힌 바 있다.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만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캘시퍼’라는 불이 나온다. 자신을 악마라고 칭하는 그는 하울과 성의 심장인 동시에 성에 거주하는 인물들을 위한 요리를 하는데에 사용된다. 그 뿐만 아니라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화의 백치미 같은 역할을 한다.
캘시퍼로 인해 움직이는 하울의 성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모습이 변화된다. 하울이 방황하는 시기인 초반부에 성의 모습은 지저분하고 기괴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으며 무채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소피가 성이 들어온 이후 점점 구색을 갖춰가는 것을 보며 성 뿐만 아니라 하울, 그리고 그의 심장인 캘시퍼 까지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다.

이후 소피가 왕성에서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과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할머니의 모습으로 요리를 하는 소피와 소녀의 모습으로 왕과 당당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초반부 스스로의 겉모습을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이 이야기 전개 중 전환이 이루어지는 부분을 상징하는 것이다.더러운 성의 곳곳을 청소한다. 그렇게 그녀는 하울의 마음 깊숙이 파고 들게 된다.
이후 소피가 왕성에서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과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할머니의 모습으로 요리를 하는 소피와 소녀의 모습으로 왕과 당당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초반부 스스로의 겉모습을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이 이야기 전개 중 전환이 이루어지는 부분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브리 특유의 음식을 활용한 이야기 전환은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귀신들의 여관을 배경으로 한 만큼 이 작품에는 많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제일 처음 센의 부모님이 귀신들의 음식을 먹고 돼지로 변한 장면은 센이 이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쿠에게 받은 주먹밥을 먹으며 의지를 다지는 장면은 센이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을, 가오나시가 음식을 마구 집어삼키는 장면은 그의 공허한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마루 밑 아리에티』 속 각설탕, 『고양이의 보은』 속 붕어빵, 『마녀 배달부 키키』 속 식빵 등은 수많은 이야기의 전개와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지브리의 음식들이 단순 그 묘사가 훌륭한 것이 아닌 그 속에 세세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은퇴를 할 만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으며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기를 몇 번씩이나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애니메이션 창작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했으며 작업하는 것을 사랑했다.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오랜 팬으로서 그가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멋진 작품을 만들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선사해주길 바랄 뿐이다.
w.2811 쏘라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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