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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모든 것 = 삶의 모든 것


 



호모 루덴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매우 유명한 이 말은 요한 하위징아가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만든 것입니다. 인간은 무언가를 만들고 노동하기 이전에 ‘놀이한다’는 것인데요. 이 말은 인간에게 있어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주말이나 휴일에 무엇을 하시나요? 산책, 야구경기 관람, 배드민턴, 텔레비전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특히 설날에는 윷놀이, 제기차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활동을 한 가지로 아우르는 말이 있답니다. 바로 ‘놀이’이지요. 놀이는 이처럼 문화별,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면서 그 시대와 문화에서 인간이 어떤 욕망을 가졌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놀이는 인간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예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먼저 김금희 작가의 단편 소설‘체스의 모든 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체스를 소재로 하는 소설입니다. 체스를 통해서만 대화를 하고 함께할 명분이 생기는 노아 선배와 국화의 모호한 관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체스라는 놀이는 단순히 그 자체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삶으로 의미를 확장해갑니다. 국화를 좋아해 체스에서 이길 수 없는 노아 선배의 모습은 놀이나 게임이 늘 실력에 따라 승패가 구분되는 것이 아닌, 타인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놀이는 승패를 가르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의 행복,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체스나 바둑을 두고, 부루마블을 하고, 고무줄놀이를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이 모든 ‘놀이’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실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또한 놀이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보면 놀이에서 이기고 진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웃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체스는 한 사람씩 차례를 정해 패를 두는 놀이지요. 이러한 체스의 모습은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눈치를 살피며 행동 하나하나 따져보고 상대방의 다음 패를 상상하고 자신의 패를 결정하는 체스의 모든 것이, 사랑과 삶의 모든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체스를 두듯 사랑하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체스를 두듯이 상대방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예측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지요. 또, 인생에 있어 사르트르의 말처럼 탄생과 죽음 사이에 수많은 선택이 있습니다. 이처럼 선택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지요. 노아 선배가 결혼을 결정한 선택, 국화가 결혼을 하지 않은 선택, 국화에게 고민 끝에 전화를 한 서술자의 선택, 심지어는 노아 선배가 감자튀김을 많이 먹은 선택까지도 우리가 삶을 살면서 하는 수많은 선택을 보여주지요. 이러한 선택은 체스를 두는 행위와 연결됩니다. 즉, 체스를 두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문학작품 등 예술에서 놀이를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이는 작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삶의 일부이면서 삶을 상징하고 담아내기 때문이겠지요. 더 나아가 예술 행위 자체를 놀이로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특히 잭슨 폴록의 작품과 같은 액션 페인팅이나 백남준의 독특한 퍼포먼스처럼 예술은 놀이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점점 예술과 놀이, 그리고 삶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하나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예술이 삶을 담아냄과 동시에 삶의 일부이기도 한 것처럼 놀이도 삶의 일부이면서 삶을 함축하고 있지요. 놀이가 삶과 같듯, 삶도 놀이와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놀이하는 것처럼 삶도 때로는 땀이 흐르고 입이 바싹 마르더라도 그 과정에서 환하게 웃는 순간들이 있었으면 해요. 우리는 그 순간을 위해서 놀이를 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W. 2817 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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