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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고전'으로 재해석하는 고전문학


 



 심청전,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어렸을 적부터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고전문학들은 아이들이 유년기를 벗어나 청소년이 되어 현대적인 시점에서 텍스트를 분석하는 순간 작게는 절도죄부터 크게는 아동착취까지, 시대적 배경에 가려져 있던 여러 불편한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이진경의 ‘파격의 고전’에서는 이러한 현대적 시점에서 고전문학을 분석한다.

 ‘효녀 심청은 과연 효녀일까?’ 아버지의 공양미 삼백 석을 위해 인당수에 빠지게 된 효녀 심청을 위해, 장승상댁 부인은 쌀 삼백 석을 대신 내줄 테니, 남경 상인에게 받은 쌀을 돌려주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청이는 장승상댁 부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효녀 심청’은 선의로 내민 도움의 손길을 마다한 채 인당수에 빠지는 산제물이 되는 길을 택한다. 책임감이라기에는 기이하다.

 ‘파격의 고전’에서는 이것을 객관적으로 부당한 명령에 반박 한마디 없이 복종함으로써 죽음으로 ‘항의’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효녀 심청이 순순히 아버지의 수동적 명령에 순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불사하는 극단적 항의,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수동적인, 예컨대 고도의 ‘수동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렇듯 고전문학의 효행담에서는 항상 부모를 위해 몸을 자해하는 자식이 등장한다. 극단적인 희생과 일시적인 보상이 강조된 것에는 분명히 시대상에 즐비한 한과 효의 정서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렇게 고전문학을 재해석하는 시각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 온 관습이다. 고전문학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비판하기만 하느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오독한다는 평가는 피해갈 수 없으나, 과거의 시대상을 담은 텍스트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비판은 빠져서는 안 될 요소이기도 하다.




 

w. 2832 있잖아


1 commentaire


라마
라마
30 oct. 2020

'파격의 고전'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고전을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들이 존재했지만 그냥 그 시대니까, 라는 생각으로 넘긴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들을 인식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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