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괴담 종류는 다양하다. 한을 품었거나, 원래부터 요괴였던 등 발단 경위도 괴담의 수만큼 다양하다. 우선 첫 번째는 구미호다. 한국에서 구미호는 요물로 묘사되며, 간혹 매력적인 여성을 두고 구미호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구미호는 여러 매체에서 유혹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사내들을 홀려 간을 빼먹는다는 괴담을 가진 구미호.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하필 여성의 모습인가? 이것은 서양의 마녀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는 너무 뛰어난 여성을 유구하게 두려워했다는 것. 구미호 괴담에 숨겨진 공포는 그런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자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특히 능력자가 천출이거나 서자, 혹은 여성일 시 그 공포감은 증폭된다.

두 번째로는 처녀 귀신, 총각 귀신이다. 이 둘은 말 그대로 처녀로 죽거나 총각으로 죽은 귀신을 말한다. 이 괴담에서는 결혼을 통한 ‘정상적’인 가족 형태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공포를 엿볼 수 있다. 제때 결혼하지 못하고 죽으면 귀신이 될 거라는 공포. 그것이 한국 사회의 만연했던 것이다. 공포는 기본적으로 사회와 인간에 뿌리를 둔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공포를 만들어내고 그 허상적인 공포를 두려워하는 셈이다.
2830 조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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