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무어냐 물으면 십중팔구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말할 것이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와중에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들은 여러 매체에서 자주 언급이 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큰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아무래도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수요되어 왔던 좀비영화이다. 요근래에 좀비영화 두 편이 이어 개봉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살아있다’와 ‘반도’. 그 중 특히 영화 ‘#살아있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고 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영화 ‘부산행’의 후속작인 영화 ‘반도’ 역시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살아있다’에 비해서 그다지 많은 욕을 먹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 두 영화가 비교선상에 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그 이유를 찾기 전에 우리는 먼저 ‘#살아있다’가 놓친 사소한 부분들을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의 모순이다. 극 중에서 유아인은 게임 유튜버 오준우 역을 맡았다. 때문에 집에는 고사향의 컴퓨터가 있었으며 드론, VR 등 고가의 장비 역시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장비를 이용해 다른 곳을 탐색하고, 유빈과 소통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관객은 신박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것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비가 전국을 점령했는지 주파수는 터지지 않는다. 때문에 게임 서버에 연결이 되지 않고 심지어는 물이 단수된다. 하지만 텔레비전은 잘만 나온다. 휴대폰 배터리가 닳을까 걱정하는 일은 없고 냉장고도 잘만 돌아간다. 주파수가 터지지 않을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전기는 잘만 들어온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좀비 사태에 대한 주인공들의 태도가 안일하다. 바깥은 좀비가 창궐한 아수라장이다. 잠시 근처가 잠잠하다는 이유만으로 준우와 유빈은 드론으로 라면을 주고 받을 뿐만 아니라 밖에서 가져온 무전기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짜파게티를 먹을지, 짜파구리를 먹을지가 그 시국에 할 고민으로 알맞다고 생각하는가? 심지어는 썸을 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장르가 호러인지 로맨스인지 착각이 될 지경이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식물에게 주는 장면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셋째, 엔딩이 미약하기 그지 없다. 앞에서 말한 모든 부분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마지막 부분은 영화의 모든 액션과 행동을 부질 없게 만든다. 앞서 말한 ‘부산행’이나 ‘반도’는 한반도 전부가 좀비로 뒤덮힌 상황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인천과 서울, 홍콩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고 때문에 좀 더 풍부한 액션을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살아있다’는 서울의 한 복도식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독특한 배경이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총 감염자는 오만명으로 밝혀졌습니다.”
겨우 오만명이 감염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까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준우가 사는 동네만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주파수가 끊기거나 단수가 되는 것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아파트의 아래에서 헬리콥터가 나타나는 장면은 전형적이고 뻔할 뿐만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맥이 빠지게 한다.

‘반도’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재미없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한국형 엔딩이라며 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살아있다’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개인적인 평으로 ‘반도’는 엔딩이 뻔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엔딩으로 도달하기까지 작고 큰 떡밥을 곳곳에 숨겨 놓아 엔딩에 도착했을 때 ‘아, 이래서 이렇게 되었구나’하고 납득이 된다. 시원하기 까지 하다. 때문에 내용이 전형적이어도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배우 강동원의 외모가 합쳐져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어떠한가. 단수는 됐지만 전기는 끊기지 않고, 바깥에 좀비는 있지만 짜파게티와 짜파구리 중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며, 이 모든 일은 겨우 오만 명이 감염되어서 생긴 결과이다. 심지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설정했던 유빈은 후반부에 갔을 땐 남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미약한 여성 캐릭터로 변하기 까지 한다.
우리는 ‘#살아있다’를 통해서 좀비 영화와 같은 재난 영화들의 치밀한 짜임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관객으로서는 정말 실망스러운 영화라고 할 수 있었지만 영상 연출 전공을 진로로 희망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영화인 것 같다.
w.2811 쏘라밍
좀비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있다'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남아있었습니다... 논리정연하게 정리, 비평한 글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멋진 글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