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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효석 문화제’




 

오래되고 값진 유물들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처럼,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나 작품 역시 그 이름을 딴 문학관이나 문학제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아흔 개에 달하는 문학관이 있으며, 매주, 매달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중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 문학의 영향을 받아 축제로 거듭난 행사도 더러 있다. 오늘은 이러한 축제 중 남녀노소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문학 축제 ‘효석 문화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효석 문화제는 1991년 이후 매년 9월마다 강원도 평창군에서 개최되고 있다. 백일장, 시화전, 메밀꽃밭 둘러보기, 전통 메밀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장소로 이 작품을 읽고 간다면 축제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는 장돌뱅이인 허 생원이 등장한다. 그는 대화 장터로 가는 길에 만난 젊은 장돌뱅이 동이와 허 생원의 친구 조 선달과 동행하게 된다. 달이 뜨고, 메밀꽃이 지천인 길을 걸으며 허 생원은 습관처럼 조 선달에게 자신의 옛사랑, 성 서방네 처녀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큰길로 접어들며 허 생원은 동이에게 낮에 심술부린 일에 대해 사과하고 동이가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사연을 듣게 된다. 어머니가 봉평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물에 빠진 허 생원은 동이에게 업혀 개울을 건너다 동이가 채찍을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인 것을 알아차리며 그가 제 아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설은 허 생원과 동이가 함께 동이의 어머니가 있는 제천으로 향하며 긍정적인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 결말은 작품을 다 읽은 뒤에도 여운이 남게 하지만 『메밀꽃 필 무렵』이 유명한 이유는 내용보다도 단연 묘사에 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위 구절은 아마 모두 한 번쯤은 어디선가 접해보았을 만큼 유명한 구절이다. 저 문장만 읽고 있어도 마치 달빛에 흠뻑 적셔진 메밀꽃 사이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무녀도』를 쓴 김동리는 이효석에게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저 시 같은 구절을 보고 있으면 정말 김동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재 봉평에는 이효석 생가와 문학 전시관도 있는데, 『메밀꽃 필 무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에는 효석 문화제 외에도 수많은 문학 축제가 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문학 축제 투어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품 속 주인공들이 살아 숨 쉬었던 곳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려보길 바란다.




 

2816 엄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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